'한국인의 밥상' 665회에서는 “여기가 명당이로세!” 우리 마을 여름 건강 밥상편으로 꾸며져 잠시 더위를 피하며 지혜롭게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위에 맞서지 않고 잠시 피하는 피서(避暑)는 우리 민족이 지켜온 오랜 풍습으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넘기기 어려운 계절이 여름이다.
여름은 봄부터 키워온 곡식과 과일들이 여무는 계절, 힘들지만 건강하게 그 시간을 잘 넘겨야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개 피서를 위해선 삶의 터전을 떠나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떠나곤 하는데, 여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특별한 마을이 있다.
이름하여 여름 명당, 마을 뒷산에 언제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 석회암 동굴이 있고, 100년 가옥의 부엌 한가운데 깊은 우물이 있어 굳이 시원한 곳을 찾아갈 필요가 없단다.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여름 명당엔 진기한 사연들이 많은데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더위를 피해 비밀 명당에서 피서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과 그들이 제철 식재료로 차려낸 여름 보양식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을 함께한다.
경상북도 문경의 사과밭, 한여름에도 작업을 멈출 수 없고 이맘때엔 주먹만 하게 자란 사과에 봉지 씌우기를 해야 하는데, 그래야 병충해가 적고 색이 예뻐진다.
뙤약볕 아래 작업을 하려니 사과 농부의 얼굴에 땀이 쏟아지는데 이럴 때 간절하게 가고 싶은 곳, 마을 어귀 야산 밑의 석회암 동굴이 그곳이다.
이곳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자연 동굴인데, 동굴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름을 잊는다. 열심히 일한 농부들에겐 자연이 선물한 축복의 공간인데, 이런 동굴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있다.
샘이 솟는 ‘암굴’은 여자들의 놀이터, ‘수굴’은 남자들의 차지로 어둡고 깊은 주굴의 끝자락에는 폭포수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데, 그 물에 들어가 물놀이하면 흠뻑 흘린 땀이 금세 식는다.
망중한의 계절, 특별식이 빠질 수 없는데 동굴 마을에선 문경의 자랑인 약돌 돼지에 오미자 진액을 발라 호박잎에 싸고, 동굴 속 차가운 항아리에 하루 숙성시킨다.
숙성한 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한데, 동굴이 있어 대대로 전해져 온 이 마을 맛의 비법, 이걸로 부족하다 싶으면 탄광이 성행하던 시절 광부들이 즐겨 먹던 족살찌개를 끓인다.
‘족살’이라고 불리는 돼지 앞다릿살을 볶아 신김치와 푹 끓여내면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는 보양식이 된다.
콩밭 사이사이 무성하게 자라는 쇠비름으로 나물을 무치고 장떡까지 올리면 마을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여름 밥상이 완성된다.
시원한 동굴 앞에 한 상 가득 차려내면 고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인 동굴이 있어 여름을 더 잘 날 수 있다는 마을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한국인의 밥상에서 만나본다.